인지 시대의 현실 점검: 낙관을 역사로 절제해야 하는 이유

인지 시대의 현실 점검: 낙관을 역사로 절제해야 하는 이유

인지 시대의 현실 점검: 낙관을 역사로 절제해야 하는 이유


기사 요약

  •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매주 ChatGPT를 쓰는 등 AI 채택이 폭발적으로 늘며 인지 시대가 현실이 됐다.
  • 역사는 대변혁 초기엔 번영보다 대규모 전환과 불안정이 앞선다는 점을 보여주며, 2030년대엔 일·정체성·공동체의 동요가 심화될 수 있다.
  • 그러나 대체가 아닌 증강 중심의 설계와 재교육, 안전망 강화,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인지 시대는 보다 포용적인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서론: 인지 시대의 현실 점검과 기대·우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매주 ChatGPT를 사용하며 AI와 수십억 건의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다른 주요 챗봇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크다. 또 다른 연구는 AI의 확산 속도와 강도가 20세기의 개인용 컴퓨터·인터넷보다 빠르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채택이 가속화되면서, AI를 둘러싼 낙관과 비관은 추상이 아니라 정책·경영·여론을 좌우하는 현실이 됐다. 빌 게이츠, 젠슨 황 등은 더 짧은 근무 주와 창의성의 확산을 점치지만, 로만 얌폴스키 등은 5년 내 대량 실업과 통제를 벗어난 초지능 리스크를 경고한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인간 역량과 부의 새로운 원천이 확장될 것이라 보되, 그 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균열과 재생 사이, 인지 시대 초입의 불안정한 세월로 들어서고 있다.

역사의 교훈: 단기 낙관을 누그러뜨릴 이유

거대한 기술 혁신은 결국 생활수준을 끌어올렸지만, 초기 충격은 풍요가 아니라 전위(轉位)였다. 노동은 밀려나고 제도는 비틀리며, 국가와 국가 간 질서도 흔들렸다. 산업화는 번영을 남겼지만 오랜 혼란과 불평등, 사회 갈등을 동반했고, 디지털 혁명은 세계적 부를 창출했으나 지역·세대·계층 간 격차를 벌렸다. 이번에도 다르리라 낙관할 근거는 약하다. 트웨인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운율을 남긴다. AI는 ‘진보의 역설’의 새 장을 열 가능성이 크며, 비약은 대개 파열과 수선을 통과한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 역할이 생기더라도 손실을 빠르고 충분히 상쇄한다는 증거는 아직 빈약하다.

목적의 해체: 2030년대 전환기

샘 알트먼, 데미스 허사비스, 제프리 힌턴 등은 향후 5년 내 매우 강력한 시스템의 등장을 전망한다. 2030년대에는 에이전트가 코파일럿을 넘어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며 사회 전반에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 구조만이 아니라 심리·문화적 질서를 흔들 것이다. 다수에게 상실은 소득보다 ‘의미·소속감·공동체’의 붕괴로 체감될 수 있다. 일이 부여하던 정체성과 자부심이 약해질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되묻게 된다. 풍요(예: 의료 고도화)가 늘어나도 곧바로 새로운 목적을 제공하진 않는다. 공유된 의식과 제도, 서사가 자리 잡기 전까지 많은 이들이 표류하며 상실을 애도하고 분노와 절망에 취약해질 수 있다.

사회적 균열과 정치·경제의 재편

의미와 재정 안정이 동시에 약화되면 파장은 사적 영역을 넘어 정치와 일상 전반으로 번진다. 인지 시대의 이행기에는 불평등 심화, 안전망의 긴장,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커질 수 있다. 기업 이익은 늘어도 안정적·고임금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으며, ‘최고 학력층이 AI로 더 생산적이 되는 반면 나머지는 더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열기는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기대에 기댄 측면이 크고, 과실은 창업자·주주에 집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젊은 졸업생의 경력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물류·유통·요식 등 저임금 부문은 빠르게 자동화된다. 친기업 성장담론과 일자리·지역 공동체 방어를 중시하는 포퓰리즘 사이의 균열도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취약한 국가는 특히 흔들리며, 탄탄한 사회계약을 가진 곳도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대안 시나리오: 대체 아닌 증강으로 가는 길

균열은 숙명이 아니다. 같은 기술도 설계와 적용에 따라 대체의 힘이 될 수도, 증강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MIT의 데이비드 오터는 신중한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AI가 중산층 일자리를 갉아먹기보다 재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교육·전문직에서의 증강

의료에서는 AI가 판독·분석을 맡아 의사가 환자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교육에서는 튜터가 반복 학습을 담당해 교사가 멘토링에 집중하게 한다. 법률·비즈니스에서는 표준 문서를 AI가 초안하고 전문가가 판단·전략에 몰입한다. 이렇게 많은 일은 소멸이 아니라 진화하며, 중산층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제도 설계: 안전망·학습·분배

적응이 더딘 기관도 의지적 설계로 변화할 수 있다. 재교육·평생학습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확대하고, 안전망을 강화한다. 아울러 AI로 창출된 부를 공유하기 위해 목표형 기본소득 실험, 공공재 확충, 법인 이익과 사회적 편익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세제 개편을 시도한다.

정치·국제 협력의 전환

분노는 남더라도 연대와 공동의 재정·보건 전망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이 나타날 수 있다. 국가는 경쟁을 지속하되, 안전·규제·책임 있는 사용에 관한 협력으로 무제한 AI 경쟁의 최악을 누그러뜨린다.

불안정한 도중기: 혼재된 경로와 도착지

현실적 경로는 양극단이 아니라 불균등한 혼합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이들은 일·자신감·정체성·공동체의 깊은 상실을 겪고, 안정적이던 경력이 붕괴하며, 자동화로 도시 전체가 공동화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기회가 빨리 열려 충격이 짧겠지만, 다른 이들은 2030년대 내내 상흔을 남길 투쟁을 겪을 수 있다. 진보의 역설은 계속될 것이며, 찬란한 성과와 절망의 이야기들이 나란히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이 불안정한 통로 너머에는 제도가 균형을 되찾고, 경제적 안전이 폭넓게 공유되며, 일과 삶의 정렬이 개선되고, 새로운 의미가 뿌리내린 ‘안전한 항구’가 있다. 그 도착지는 보장되지 않지만, 우리가 인지 시대의 항로를 성숙과 상상력으로 그려낼 때 닿을 수 있다.

결론: 인지 시대를 공동의 르네상스로 이끌기

앞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선택과 설계에 따라 균열은 심화될 수도, 치유될 수도 있다. 인지 시대의 방향타를 ‘증강·학습·안전망·공정 분배’로 맞춘다면 혼란의 대가를 줄이고 더 넓은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