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도입의 현재: 과잉 투자, 저조한 성과
기업 대부분이 AI를 전략의 중심에 두지만, 실제 성과는 따라오지 않는다. MIT의 2025 보고서는 생성형 AI에 300~400억 달러가 투입됐음에도 95%의 조직이 가시적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Qlik·ESG 조사에서도 94%가 투자를 확대하지만 21%만이 의미 있는 운영화를 달성했다. Informatica의 CDO 인사이트는 데이터 품질과 준비 부족, 기술 성숙도 미비가 확장 실패의 주된 원인임을 확인한다. 문제의 핵심은 모델의 우열이나 규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학습·적응해 워크플로에 통합되는 능력의 부재다.
레거시 우선순위 모델(RICE)의 한계
RICE는 Reach, Impact, Confidence, Effort로 간단히 점수화하는 매력적인 모델이지만, 기저모델과 동적 데이터 파이프라인, 추론 시점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AI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절대 사용자 수에 기반한 Reach는 팀 간 비교가 어렵고 부풀리기 쉽다. Confidence는 종종 ‘감(感)’에 의존해 데이터 준비도, 모델 성숙도, 환각(hallucination)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 Effort는 코드 난이도에 치우쳐 AI용 데이터 확보·정제·거버넌스의 막대한 오버헤드를 간과한다. Impact 역시 AI의 일반화 가능성, 인간 의사결정 보조/대체 여부, 현실 세계에서의 일관성 같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ICE, MoSCoW 등 고전적 방법도 유사한 한계를 갖는다.
야망과 현실의 충돌: 모델 일반화와 업무 자동화의 간극
애플의 ‘The Illusion of Thinking’은 대규모 추론 모델(LRM)이 복잡도에 취약하고, 훈련 분포 바깥에서는 일반화가 어렵며, 유사 과업에서도 일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탠퍼드의 ‘The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2025)’는 100여 직무, 800+ 과업을 매핑해 근로자가 업무의 절반가량에서 ‘보조’ 형태의 AI를 원하지만, 실제 프로젝트는 자동화 대상 선정이 어긋나 있음을 밝힌다. 연구는 인간의 통제와 AI 자율성을 스펙트럼으로 본 Human Agency Scale을 제시하며, 최적점이 ‘대체가 아닌 보조’의 중간 지대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뉘앙스는 현행 제품 기획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ARISE 프레임워크: AI‑네이티브 제품 사고
ARISE(Artificial Intelligence Readiness and Impact‑Scoring Evaluation)는 RICE를 AI 시대에 맞게 진화시킨 접근이다. 익숙한 틀은 유지하되 지표를 현대화한다. Reach는 절대 수치가 아닌 ‘활성 사용자 대비 비율(0~100%)’로 정규화한다. Impact는 0.25x~3x의 일관된 척도로 과대평가를 줄인다. Confidence는 실제 실현 가능성 점검을 바탕으로 0~100%로 산정하며, Effort는 모델뿐 아니라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주기를 포함한 인월(person‑months)로 계산한다. ARISE 프레임워크는 이 기반 위에 AI 고유 차원을 더해 ‘현실성 있는’ 우선순위를 만든다.
AI 전용 가중치: 욕구·역량·의도
첫째, AI Desire(1~5): AI로 풀 때 고객/내부 가치가 실질적으로 커지는가를 점검해 ‘AI를 위한 AI’를 걸러낸다. 둘째, AI Capability(1~5): 데이터 준비도, 모델 성숙도, 엔지니어링 실행 가능성을 묻는다. 이 값이 낮으면 겉보기 Reach·Impact가 커도 점수는 급락한다. 셋째, Intent Multiplier: 인간 보조(1.0)인지, 자율적·선제적 작동(1.2)인지에 따라 위험·복잡성을 반영한다. 최종적으로 ARISE 점수는 (Reach × Impact × Confidence ÷ Effort) × AI Desire × AI Capability × Intent로 계산된다. 이 곱셈 구조가 팀을 ‘흥분’이 아닌 ‘현실’로 끌어당기는 장치다. ARISE 프레임워크는 보여주기식 실험을 거르고 확장 가능한 결과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사례: ARISE로 본 두 가지 개발자 도구
전사 개발자에게 벤더 통합형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배포한다고 하자. Reach 100%, Impact 2.0, Confidence 1.0, Effort 2인월, AI Desire 5, AI Capability 4, Intent 1.0(보조)라면 ARISE 점수는 20으로 높게 나온다. 반면, 로그를 모니터링해 다계통 이슈를 자동으로 진단/조치하는 자율형 시스템은 Reach 1.0, Impact 2.5, Confidence 0.5, Effort 12인월, AI Desire 5, AI Capability 2, Intent 1.2(자율)일 때 점수는 약 1.0에 그친다. 이는 ‘불가’가 아니라, 데이터를 보강하고 리스크를 쪼개 단계적으로 추진하라는 신호다. ARISE 프레임워크를 통해 팀은 단기간에 가치가 큰 과제부터 착수하고, 고난도 과제는 성숙도에 맞춰 재설계할 수 있다.
AI 제품 관리의 새로운 운영체제
ARISE 프레임워크의 힘은 수식이 아니라 사고 방식에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 인간‑AI 협업, 기술 성숙도, 조직 준비도를 전면에 세워 허상을 걷어낸다. 과잉 기대의 정점에 선 생성형 AI 시대에, ARISE는 소음을 걷고 기회를 남기는 실용적 렌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무엇이 ‘가능’한지에 앞서 ‘실현 가능·가치·책임’의 균형을 잡아주는 나침반이다. AI 시대의 최대 리스크는 느린 속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우선순위에 올리는 일이다. ARISE 프레임워크는 바로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