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요약
- 인튜잇은 단순 채팅형 보조를 접고 고객 워크플로의 수작업 제거에 초점을 맞춘 에이전트 중심 전략으로 9개월 만에 전면 전환했다.
- 빌더 문화·초고속 반복·GenOS 플랫폼의 3대 축을 통해 팀을 재편하고, 자율성 슬라이더와 LLM 라우터 등으로 신뢰와 속도를 확보했다.
- 그 결과 결제 수금이 평균 5일 빨라지고 월 12시간 절감하는 성과를 냈으며, 미드마켓까지 확장을 시작했다.
챗봇 환상에서 각성까지: 인튜잇의 전환
ChatGPT 이후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인튜잇(QuickBooks·TurboTax·Mailchimp)은 2023년 9월까지 최대 규모의 AI 출시를 단행하라는 내부 지시를 받았다. 번개 같은 속도로 등장한 ‘Intuit Assist’의 대표 기능은 앱 옆에 덧댄 채팅 인터페이스였지만, 기대와 달리 실패했다. CTO 알렉스 발라즈는 “멋진 UI 옆에 사람처럼 보이는 채팅을 붙인다고 해서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퀵북스에서 화면 공간만 차지하고 혼란을 키우며, 팀은 ‘환멸의 골짜기’에 빠졌다. 이사회 브리핑 후 인튜잇은 ‘배를 불태우는’ 각오로 9개월간 제품 개발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에 착수했다.
‘스플릿 스크린’ 관찰에서 시작된 AI 피벗
전환의 도화선은 고객 관찰이었다. 이메일과 퀵북스를 모니터 양쪽에 띄워 인보이스를 손으로 베껴 쓰는 ‘스플릿 스크린’ 습관이 포착된 것이다. 복사·붙여넣기를 사람이 대신할 이유가 있을까? AI가 이메일 데이터를 받아 인보이스를 자동 작성하면 된다. 팀은 채팅으로 새로운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존재하는 흐름 속 ‘수작업의 고통’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 바텀업 모멘텀을 확인한 발라즈와 사업부 총괄 마리아나 테셀은 AI 네이티브 선언을 이끌어냈고, 핵심 기술 리더 클라렌스 후앙을 퀵북스 본류로 ‘낙하산 투입’해 고객 중심의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확산시켰다. 동시에 중간관리층을 걷어내며 2024년 1,800명을 감원하고, 엔지니어링·프로덕트·고객 대면 역량 중심으로 동수 재채용을 약속했다.
세 가지 축으로 재설계한 기업용 AI 운영 모델
빌더 문화 정착(에이전트형 AI 플레이북)
핵심은 사람과 구조였다. 인튜잇은 2017년 30명 수준이던 코어 AI 인력을 최근 수백 명대로 키우며 우버·트위터·바이트댄스 등에서 리더를 영입했다. 소규모·자율·크로스펑셔널 팀이 개별 ‘에이전트’ 경험만을 목표로 달리도록 만들고, 리더는 상위 3순위 밖 일감은 과감히 버렸다. 역할 경계를 흐리는 ‘스미어링’으로 모두가 고객과 대화했고, 후앙은 단골 고객 30명을 직접 관리했다. 데이터 과학자 바이런 탕은 ‘바이브 코딩’ 도구로 혼자서도 아름다운 UI의 동작 프로토타입을 뚝딱 만들어 변화를 상징했다.
관료주의 대신 초고속 반복(에이전트형 AI 전략)
스펙 문서 대신 “프로토타입이 만 마디”가 새 표어가 됐다. 팀은 작동하는 시제품을 바로 고객에게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코드를 다듬었다. 이 빠른 피드백 루프는 ‘자율성 슬라이더’ 같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고객이 ‘너무 마법 같다’고 느끼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완전 자동화부터 수동 검토까지 AI 개입 수준을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퀵북스 회계 에이전트는 추천 거래를 일괄 반영하거나, 아이콘으로 친절한 설명과 추론 과정을 확인하며 신뢰를 쌓게 한다. 또 플랫폼팀 화요일 회의 금지, 사업부 실무자의 오후 회의 금지, 7일 내 팀 간 갈등 해소 ‘프릭션 버스팅’ 등 규칙으로 병목을 없앴다. 실험 고객 제한도 10명에서 최대 1,000명으로 완화했다.
속도를 위한 기술 엔진: GenOS(기업용 AI 에이전트 인프라)
CDO 아쇼크 스리바스타바의 ‘AI 접근 민주화’에서 출발한 내부 플랫폼 GenOS는 현장 속도로 진화했다. 고객 접점 팀이 에이전트를 만들며 발견한 플랫폼의 빈틈을, 중앙팀이 ‘패스트 팔로 하베스팅’ 방식으로 곧장 메웠다. 핵심인 Agent Starter Kit 덕분에 5주 만에 900명 개발자가 수백 개 에이전트를 제작했다. 런타임 오케스트레이션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작업별 최적 모델로 호출을 분기하는 LLM 라우터도 포함됐다. 실제로 OpenAI 장애 시 게이트웨이가 자동으로 폴백 모델로 전환해 무중단을 이뤘다. 무엇보다 수십 년 축적한 재무 도메인 데이터·API에 맞춘 파인튜닝으로 범용 모델이 따라오기 힘든 인도메인 정확도를 확보했다.
가시적 성과와 확장
비즈니스 임팩트(에이전트형 AI 효과)
퀵북스 Payments Agent는 늦게 돈을 주는 고객에게 지연 수수료 추가를 선제 제안한다. 그 결과 소상공인은 평균 5일 더 빨리 대금을 받고, 연체 청구서 수금 가능성이 10%포인트 높아졌으며, 매월 최대 12시간을 절약한다. Customer Agent는 연결된 Gmail에서 리드를 찾아 가벼운 CRM처럼 쓰게 하고, Accounting Agent는 거래 분류와 이상 탐지를 자동화한다. ‘비즈니스 피드’ 타일로 가상 직원의 산출물을 표면화해 대시보드를 능동적 협업 공간으로 바꿨다. CEO 사산 고다르지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연간 16% 성장을 AI 투자 덕분으로 돌리며, 수백만 규모의 고객 참여와 예상을 웃도는 재사용률을 밝혔다.
중견 시장 진출과 경쟁 구도
인튜잇은 연매출 1억 달러까지의 미드마켓에 에이전트를 확장하고 있다. 고객이 커질수록 워크플로가 복잡해져 자동화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허브스팟 등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통합형 제안으로 우위를 노리는 포석이기도 하다.
실무 적용 가이드
고객 일이 먼저, 기술은 나중(에이전트형 AI 원칙)
채팅 붙이기부터 시작하지 말고, 복사·붙여넣기·중복 승인·대기 같은 수작업을 지도화해 먼저 없애라. 소수 정예 빌더 팀에 권한을 몰아주고, 프로토타입–현장 피드백–즉석 수정을 빠르게 반복하라. 플랫폼은 현장 요구를 따라가며 표준화와 거버넌스를 동시에 강화하라. 자율성 슬라이더와 설명 가능성을 제공해 신뢰 ‘온램프’를 만들면 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